제주용담맛집, 이자카야 가치
낮이 길어지고 밤이 점점 짧아지는 계절이다. 퇴근하면 어두운 도로를 달리고 했는데, 이제는 퇴근할 때도 많이 어둡지 않아 왠지 시간이 길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해가 서서히 질 때쯤이면 하나둘 밝아오는 식당의 조명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오늘 소개할 곳은 여름이면 밤새도록 밝은 바다의 조명을 받는 동한두기에 위치한 제주용담맛집 이자카야 가치라는 곳이다.
가치
주소 : 제주시 동한두기길 17
전화 : 010-8477-5945
영업시간 : 17시 ~ 23시
메뉴 : 모둠사시미 2인 59,000원, 모던가이세키오마카세 100,000원(코스요리는 사전예약 필수)
제주도 탑동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인 라마다플라자호텔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 여행객들에게도 하루 일정의 마침표로 정하면 좋을 법한 분위기가 좋은 제주 이자카야 가치. 바로 앞에는 무료로 운영 중인 공영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주차하기에도 매우 편리한 곳이다.
선선한 바다 바람을 타고 안으로 들어가면 카운터와 주방이 앞쪽으로 자리 잡고 있고, 벽면으로 테이블이 놓여있다.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 미리 예약을 해둔 것이 아니라면 조금 서둘러 도착하는 것이 좋다.
메뉴판에는 기본 샐러드부터 사시미, 튀김, 조림, 구이, 나베 등 먹기 좋은 일식 요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자카야 가치에 방문한 목적이 바로 부드러운 숙성회를 맛보기 위한 것이 없으므로 2인 모둠 숙성회를 주문하고 따뜻하게 곁들일 소고기 스키야키를 주문했다.
제주용담맛집 가치에서는 기성품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요리와 솟, 육수 등은 롯데호텔 일식당 출신인 문지환 셰프가 직접 준비를 하고 있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기본 안주로 튀긴 연근이 나왔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간 일행을 소주를 즐겨마시는데, 일반 소주와 맥주는 판매하지 않아 하이볼로 주문을 했다.
잠시 후 모둠사시미가 나왔다. 둥근 돌판에 가지런히 올려진 모둠사시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숙성회라 그런지 색이 한층 더 선명해 보였고, 맛을 보기 전인데도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예쁘게 담겨 나온 회는 왼쪽 위 갈치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학꽁치, 새우, 전복, 금태, 연어, 고등어, 부시리, 민어, 삼치 그리고 삼치 아래에는 게르치 그리고 참가다랑어 뱃살과 아래쪽 광어까지 얼마나 숙성을 한 생선인지도 차근차근 이름을 말해주셨다.
익숙한 이름의 생선도 있지만, 심해어인 금태나 게르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얼른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장 먼저 입으로 들어간 것은 바로 갈치와 고등어다.
갈치와 고등어는 구이로 흔하게 접하는 생선이지만, 회로는 가끔씩만 먹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 그 맛이 더욱 오래 남는 것 같다. 특히 고등어는 구이로 먹을 때와 회로 먹을 때의 맛이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회로 먹을 때가 너무 좋다.
그렇게 숙성된 부드러운 회를 맛보는 사이 따뜻한 소고기 스키야키가 나왔다. 스키야키는 일본의 대표적인 규나베 요리로 쇠고기전골요리를 뜻한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게 있는데, 보통 작은 앞 접시에 날달걀을 풀어 간장, 설탕, 미림을 혼합한 와리시카의 맛이 잘 밴 고기와 채소 등을 찍어 먹는다고 한다.
제주용담맛집 이자카야 가치에서도 소고기 스키야키가 나오기 전 날달걀이 담긴 작은 접시를 가져다주어 함께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주었다. 먹는 방법이 다소 생소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문화를 배워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풀어둔 날달걀에 살짝 익힌 소고기를 찍어 먹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약간 짠맛이 나는 고기와 채소를 날달걀과 함께 먹으니 맛이 약간 중화되는 듯한 느낌도 있어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보통 일본에서는 고기와 채소 등을 다 건져 먹고 나면 삶은 우동을 넣거나 식은 밥을 넣어 죽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깔끔한 맛의 숙성회와 따뜻한 스키야키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거기에 함께 곁들인 시원한 하이볼까지 넘어가니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제주시에서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를 찾고 있다면 제주용담맛집 가치에 한 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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