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 동쪽 맛집

비 오는 날 생각나는 함덕맛집 버드나무집

(주)교차로-제주 2022. 4. 27. 16:45
반응형

제주도에는 날마다 새로운 음식점과 카페가 생겨나기도 하고 또 잘 운영되던 곳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제주도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버텨내는 곳이 바로 오래된 맛집이 되는 것 같다.

 

새로 생긴 특별한 맛집도 반갑지만 오랫동안 같은 맛을 유지하는 한결같은 식당들이 그리운 날이 있다. 날씨가 좋거나 그렇지 않거나 때가 되면 생각나는 그런 식당이 한 곳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버드나무집
주소 :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540
전화 : 064-782-9992
영업시간 : 10시~21시(15시~17시 휴식타임, 매주 목요일 정기휴무)
메뉴 : 해물손칼국수 12,000원, 매생이손칼국수 12,000원

예전에는 비가 오면 막걸리에 따뜻한 파전이 생각나곤 했는데, 요즘은 입맛도 바뀌는지 따뜻한 국물에 칼칼한 칼국수가 생각이 난다. 특히 함덕에 위치한 버드나무집 매생이 칼국수가 그렇게 생각이 난다.

 

함덕서우봉해변 근처에 위치한 버드나무집은 해물, 매생이 손칼국수 전문점으로 현재는 깔끔한 건물에 들어서 있지만, 예전에는 바로 맞은편에 있던 작은 건물에서 시작됐었다.

 

그 당시에는 낮은 건물에 너무나도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 껴 기다리고 기다려서 먹을 수 있었던 칼국수였는데, 지금은 매장도 깔끔하고 넓어져 거의 대기시간 없이 먹을 수 있게 됐다.

 

주차가 힘든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차장이 필수인데, 버드나무집 건물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전용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잠시 걸어야 하지만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으니 지정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가끔씩은 포장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포장을 하면 양도 더 푸짐한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 틈에 힘들게 껴서 먹지 않아도 되어서 자주 이용하게 됐었다.

 

오랜만에 매장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보는데, 메뉴가 조금 추가되어 예전보다 더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예전에는 4명이 함께 가도 2인분씩 따로 주문이 되지 않았는데,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2인분씩 따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해져 처음으로 해물손칼국수와 매생이손칼국수를 함께 먹어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솥처럼 커다란 접시에 해물손칼국수와 매생이칼국수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해물손칼국수는 각종 조개류와 꽃게 그리고 새우가 푸짐하게 들어가 하나씩 꺼내는데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하나씩 빼고 먹어도 되지만, 미리 빼두고 먹으면 번거로움이 조금 덜 해지기 때문에 미리 빼 두는 것을 추천한다.

 

해산물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노랗고 탱글탱글한 면발이 눈에 띈다. 손칼국수라서 그런지 쫄깃쫄깃한 면발이 항상 그리워하던 그 맛이었다.

 

그리고 매생이손칼국수에도 듬뿍 들어간 홍합을 미리 꺼낸 뒤 굴과 매생이를 함께 떠서 먹으면 깊은 바다의 향긋한 맛이 입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해물과 매생이 칼국수는 맛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해물손칼국수는 해산물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고, 매생이손칼국수는 매생이가 푹 삶기며 뿜어내는 해초의 부드러움이랄까 둘 중에서 어떤 것을 먹어야할지 고민이 된다면 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생이, 꽃게를 좋아하는 사람은 해물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부드러운 매생이는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나뉘는데, 평균적으로 남성들보단 여성들에게 더욱 인기가 있는 메뉴인 것 같다.

 

예전에 어르신께 들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미운 사위에겐 매생이국 끓여준다”라는 말인데 매생이국은 뜨거워서 연기가 폴폴 나지 않아서 뜨거운지 모르고 후룩 먹다가 입천장이 다 까질 수 있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소심한 복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던 말이 었다.

 

담소를 나누며 먹다보니 그릇이 이미 많이 비워졌지만, 여전히 평균보다 많은 양은 왠지 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다른 곳에서는 이만큼 먹었으면 이미 그릇이 바닥이 났을 것인데, 부족해서 아쉬운 마음보단 더 많이 먹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다행히 손님이 많이 없는 시간이라 조금 느리더라도 미련할 정도로 뱃속에 그리움의 칼국수를 모두 집어넣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다시 또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날 것 같은 함덕 버드나무집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