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한바탕 눈이 내렸다.
작년엔 볼 수 없던 눈이라 너무 반가웠다.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를 걸으니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낭만적인 기분이다. 눈이 내리는 제주도는 높은 건물들마저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73st'
넓은 공간에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브런치
평소 아침을 거하게 먹지 않는 편이라 항상 점심식사 시간이 조금 이르다. 그러다보니 브런치를 즐기게 되는 날이 종종 있다. 브런치는 Breakfast와 Lunch를 합성해서 만든 영어 단어인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어울참’으로 순화를 권장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점’으로 통한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생겨났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조금 푸짐하게 먹을 수 있고, 분위기도 너무 좋은 브런치 카페인 ‘73st’를 소개한다.
해안동의 조금 높은 지대에 위치한 73st는 2층까지 있는 큰 규모의 브런치 카페다. 브런치 메뉴가 엄청 다양한데, 프렌치토스트부터 삼겹살에 피자까지 아주 다양한 메뉴를 좀 더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다.
우선 눈이 내리는 카페의 앞마당은 너무 낭만적이다. 이곳은 원래 감귤선과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던 것인지, 멋진 그림에는 ‘감귤선과장 제주를 품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그림 속 선과장의 모습도 왠지 눈이 온 후의 모습인 것 같아 더욱 멋스럽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저택에 들어온 기분이다. 카운터 바로 앞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커다란 감귤나무가 우뚝 서 있고, 따뜻한 기운을 뿜어낸다. 감귤나무를 지나 카운터로 가서 메뉴를 살펴보는데, 메뉴가 엄청 다양하다. 간단히 즐길 수 있는 프렌치토스트부터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도 있고, 피자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고사리오믈렛과 빵쌈과 떠벅 중 오랜 고민 끝에 떠벅을 선택했다. 떠벅은 통닭다리살구이, 구운파인애플, 매콤한 마늘크림소스와 빵을 떠먹는 버거이고, 빵쌈은 직접 숙성한 돼지고기 오겹살과 빵을 싸먹는 메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더 궁금한 메뉴가 많았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아 두 가지만 선택하고 음료를 더했다.
주문 후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았다.
1층과 2층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1층은 새하얀 배경으로 곳곳에 배치된 작은 화분들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2층은 빈티지한 느낌으로 취미생활을 즐기기 좋은 분위기다. 책을 읽고 싶은 공간도 있고, 친구 또는 연인과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공간도 있다. 루프탑으로 가는 입구도 있다. 그 양옆으로는 소규모로 오붓하게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우선 미리 둘러본 공간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기에 여러 사람의 취향을 골고루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드디어 진동벨이 울리고, 아주 예쁘게 담긴 브런치를 고이 들고 2층에서 눈이 펑펑 내리는 창밖을 보며 식사를 즐겼다. 음식은 처음엔 조금 간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함께 두루 먹으니 적당한 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사리오믈렛은 고사리와 버섯이 듬뿍 들어가 꼬들꼬들 먹는 재미가 있다. 오믈렛 위에 올라간 새우의 향이 너무 고소하다. 함께 구워져 나오는 빵도 생각 이상의 맛이다. 샐러드와 감자튀김 그리고 양배추 피클까지 조화로운 구성이다.
떠벅의 치킨도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독특한 맛을 낸다. 빵과 파인애플, 치킨을 함께 포크에 찍어 크림소스를 듬뿍 발라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처음엔 음식의 가격에 조금 멈칫했지만, 배불리 먹고 후식까지 한 번에 해결하며 미뤄뒀던 독서까지 해결하고 나니 저렴하게 즐겼단 생각도 문득 든다. 이곳에 오면 잠시 머물기보단 다양한 분위기를 즐기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 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73st
제주시 해안마을길 73에 위치.
매일 9시~22시까지 운영(17시30분 브런치 라스트 오더)
메뉴는 제주고사리오믈렛 16,000원, 떠벅 14,0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전화는 064-748-7309
'제주카페&디저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콤한 커피 향의 유혹, 다시 가고 싶은 제주도 카페 5 (0) | 2021.03.03 |
---|---|
[대포동]비오는 날 휴식 같은 공간, ‘동백정원’ (0) | 2021.02.15 |
[구좌읍]고요하게 책과 만나게 되는 카페 ‘달책빵’ (0) | 2021.02.08 |
[조천읍]달콤한 마카롱과 향긋한 커피의 조합 ‘이쁘당’ (0) | 2021.02.03 |
[애월읍]책과 커피가 있는 애월카페 ‘윈드스톤’ (0) | 2021.01.08 |